Henus DreamCatcher 미니도서관 사업을 시작하며

Henus DreamCatcher 미니도서관 사업을 시작하며

 

-한혜수 (KOICA ODA 파견 인턴)-

 

 네팔에 와서 내가 맡게 된 미니도서관 사업은 도서관이 없는 학교 세 곳에 미니도서실을,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가난한 작은 마을에 하나의 센터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단순히 공간을 구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독서프로그램과 방과후교실, 자기주도학습, 장학금 등의 내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됩니다.

이 사업은 한국의 (주)헨어스 기업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금을 기탁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지원으로 이루어졌던 미니도서관 사업 선정 중 아쉽게도 선정되지 않았던 도서관 들이 다시 기회를 얻게 되었답니다. 지역상황과 학교 및 지역주민들의 적극성과 참여도를 고려하여 총 네 곳의 사업장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네팔은 10년 동안 내전의 아픔을 겪었고 현재까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이유로 인하여 다양한 기관, 학교, 정부기관 에서 주기적으로 파업을 합니다. 파업이 시작되면 개인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 운송 수단은 일절 이동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내가 네팔에 도착했을 때의 미니도서관 사업은 꽤 지연된 상태로 도서관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초기 단계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느껴졌고 현장경험이 적은 내게는 많은 부담이 되었지만, 다행히 재단에서 주관하는 GPM 봉사캠프에서 다년간 매니저경험이 있는 네팔 동료 우페스 (Upesh) 현지 스탭과 사업을 함께 맡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을 구성할 학교로 선정된 곳의 열정은 네팔의 잦은 파업에도 식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교실 한 칸을 작은 미니도서실로 만드는 일이 우리의 눈에는 작은 지원에 불과한 것 같았지만 학교관계자와 마을 주민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교과서 외에 다른 책을 접하기 힘들었던 학생들은 도서관에 지원된 책에 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센터를 지원할 마을 한 곳은 오토바이를 타고 정글 숲을 약 40분 가량 지나면 나오는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바라타와 (Barathawa)의 한 작은 마을이랍니다. 법으로는 카스트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이곳 떠라이(네팔 남부 평야지대를 이르는 말) 지역에서는 카스트로 인한 차별이 눈에 띄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카스트 안에 속하지 못하는 최 하급의 천민으로 카스트 안에 속하는 사람들과는 한 마을에서 살 수 없어서 강 가의 빈 공터에 자리잡고 살아갑니다.

먼저 각 학교와 마을의 도서관 공간구성 매니저를 자원 받아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급여도 없이 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이었지만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을 위한 일이라며 각 매니저들은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도서관 내부 공간 구성 및 도서관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학교 혹은 마을 자체 회의를 통해 결정하였습니다. 우리는 사서를 모집하는 과정부터 도서관 내부 구조, 책장의 크기 모양까지 그들의 의견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종일 대나무로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며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 마을에 마을 센터를 짓고 책을 지원한다는 것은 교육환경개선의 목표를 넘어서 억눌려있던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카스트 차별아래 자신을 가둬둔 굴레 속에서 벗어나는 변화의 바람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세 곳 학교에서는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각 학교당 25,000루피 (약 35만원)를 도서관 구성에 기부하였고 바라타와 불가촉 천민 마을 센터의 경우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각 가정당 시멘트 한 포대씩 기증합니다. 또 건축 인력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건축현장에서 봉사자로 일합니다.

각 도서관 사서들의 열정도 대단해서 종종 나를 귀찮게 하였는데, 한 사서는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서 이것 저것 질문하고, 함께 멤버십 지원서를 만들고, 독서 프로그램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였다. 다른 이는 업무시간 외에도 이웃 동네에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또 다른 한명은 직접 도서관 도장 초안을 그려와 이렇게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살라히 마을에는 책 분류시스템 같은 개념이 전혀 없어서 이에 관한 사서교육을 실시하였는데, 그 날 바라타와 센터의 사서가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주의를 주려던 차에 교육을 받기 위해 2시간 30분 동안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들의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내가 편한 대로 아침 일찍 교육 시간을 잡았던 것을 사과하였습니다. 또 그들의 큰 열정을 보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2개 학교의 도서관 구성이 끝났습니다.

공간구성이 끝나지 않는 곳을 포함하여 4곳 모두 수업시간 외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균 하루 30명의 학생들이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서들은 매일 책을 선정하여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연극, 그림 그리기, 퀴즈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같이 진행하려 합니다.

바라타와 마을의 아이들은 매일 전기가 없는 시각인 밤 7시에 수업 진행을 위해 각자 조그마한 손전등을 가져와서 수업에 참여하는데 나는 그들의 열정에 감동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학생들, 선생님들, 주민들의 열정에 보답하고자 나와 우리 식구들은 좀더 지속적이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다음 달에는 학생이 준비하는 연극대회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감명깊었던 책을 골라 시나리오를 쓰고 연극을 준비한 후 마을 주민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이들의 땀과 열정이 헛되지 않게,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꿈을 키우고, 꿈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우리는 더더욱 그들을 위해 고민하고 열정으로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