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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처 이야기/네팔

[귀국단원인터뷰] 꿈을 현실로 이끈 3년의 이야기

      

    

      지난 6월 4일 네팔에서 3년간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신석영 매니저의 귀국보고회가 카페 민들레뜨레에서 네팔과 인연되었던 분들을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이제는 고국에 돌아와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신석영매니저의 현장에서 3년간의 꿈을 현실로 이끈 드림캐처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1.     네팔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대학교 3학년, 대학사회봉사협의회의 동계 단기 해외봉사팀에 지원하여 Global Peacemakers를 통해 네팔, 다딩(Dhading district)으로 봉사를 다녀오면서 시작이 되었어요. 2주간의 해외봉사는 새로운 인연과 이야기들을 남겼고 이는 국제개발협력, 네팔, 도서관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었어요.  그 당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용어는 매우 생소하였고 나는 이것을 해외의 어려운 나라들이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정도로 생각했지요. 세가지 키워드를 모두 갖고 있는 모집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2011 7, 서비스포피스의 네팔 살라히(Sarlahi district) 사업장에 제가 와 있더라구요.


2.     3년간 네팔 현장에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였나요?

서비스포피스는 2009년부터 현지 Local NGO인 서비스포피스 네팔과 함께 Dream catcher Library Project, Dream catcher Child center program 등 을 진행해 왔으며 저는 현지와 본부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이었습니다. 현지 사업장에서 서비스포피스 네팔과 함께 사업을 수행하면서 한국과 현지 사이의 소통 채널의 역할이었어요. 또한 사업에 대한 정기/수시 모니터링 및 보고를 하고 현지 기관의 협력사업의 행정과 회계도 함께 도맡아서 일을 하였습니다.



3.     현장에 있으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고민이 많았을거 같은데요.

3년 동안 시골 마을인 살라히에서 지냈습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 생활 환경이 열악한 곳이죠. 여름에는 40도를 웃도는 더위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인데 전기가 들어올 때만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무더위 속에 땀이 범벅이 되어 지내야 하는 곳이랍니다. 겨울에는 하루 종일 안개가 낀 날씨로 체감온도가 영하인 추위에 난방시설 하나 없이 버텨야 해요. 실내에서도 외투를 입고 양말을 여러 겹 신어야 일이 손에 잡힐 정도였어요.

네팔에서의 3년은 한편으론 물과의 싸움이었어요. 첫해 현지에 막 도착해서 마신 로컬 물로 한달 동안 물갈이를 했고 2년 가까이 늘 설사를 곁에 두고 살았지요. 3년차에는 센터에 물이 나오지 않아 씻는 데 불편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여름에는 하루 종일 흘린 땀 때문에 매일 씻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저녁마다 5분거리의 펌프에 나가서 15~20L의 물을 바스켓에 길러 와 샤워를 했어요.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고만 잘 때도 있었어요. 겨울에는 한국처럼 온수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추위에 샤워를 하려면 단단히 결심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감기 걸릴 확률이 높아 머리도 안 감고 일주일에 한 번만 찬물로 씻으며 지내기도 했어요.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은 점차 적응하면 되는 것이지만 3년 동안 고민도 많았습니다. 첫째는 현장과 나 사이의 괴리로 고민이었습니다. 본부가 나에게 요구하는 역할에 비해 나는 현장에서 신생아나 다름이 없었어요. 다른 문화, 다른 소통 방식 그리고 다른 언어를 가진 현장은 나에게 배우고 습득해야 할 것 이었고 이에 비해 현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현장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갈등을 일으켰지요. 또 현장을 알지 못하는 내가 현장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나 사업을 수행할 때는 나도 모르게 한국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현장을 알고 현장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두 번째 해부터는 첫해보다 사업의 규모나 계획, 내용 등이 양적, 질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사업은 빠르고 화려하게 변화하는 국제개발협력의 담론과 정책을 현장에 적용하려고 했으나 현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였고 이것을 적용하기에 협력 단체의 역량 면에서 무리가 많았습니다. 현장에 있으면서 현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본부를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어려웠어요. 현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 자꾸 뛰어다니라고 요구 하는 것 같아 힘에 버거울 때도 있었답니다.

현장 주민들의 욕구는 단순합니다. 지금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죠. 그것은 곧 경제적인 가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관점에서 왜 도서관이 필요한지, 문맹에서 왜 벗어나야 하는지, 왜 여성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을 풀어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러한 고민으로부터 사업의 근본 뿌리는 주민들로부터 나와야 함을 이론이 아니라 체험으로 습득하게 된 것이랍니다.


4.     3년간 본인이 생각하는 현장의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변화로는 현지 기관(SFP NEPAL)의 역량 강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3년이라는 시간이 그저 지나서 역량이 강화된 것은 아닙니다. 본부와 현장의 치열한 소통을 바탕으로 현지 지부장님을 비롯하여 현지 매니저, 문해 교실 선생님, 사서를 대상으로 한 워크샵과 세미나를 통해 꾸준히 제공하고 토론하고 소통한 결과라고 봐요. 처음과 달리 이제는 한국 파견 Project Manager가 사업 수행에 참여하지 않아도 현지 지부장님과 현지 매니저는 본부와 소통하고 사업을 질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시스템 또는 매뉴얼을 갖추게 되었고 그 만큼 역량강화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특히 지역조사부터 기획, 수행과 평가까지의 사업 전체에서 우리가 중요시 하는 주민 참여 여부 및 수준 그리고 주민의 역할에 대한 현지 사업 구원성의 의식과 시스템, 이러한 것들을 그들 스스로 수행할 수 있을 수 정도로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

두 번째는 현장의 주민이라고 봐요. 우리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최소한 왜 도서관이 필요한지, 왜 여성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을 자신들의 필요 관점에서 이야기 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이러한 인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지요.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또 공부를 하면서 주민들 스스로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필요를 알게 된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참여의 수준이 단순한 동원(Mobilization or Passive participation)에서 자발적 참여(Self-Mobilization)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5.     그리고 자신의 변화도 있다면?

현장에 파견된 이가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되기 까지는 시간과 환경, 성찰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3년이라는 파견 기간 동안 줄곧 해온 정답이 없는 질문과 고민들. 그리고 다른 방식, 다른 문화, 다른 환경 속에서 현지인 지부장, 매니저, 사서, 선생님 그리고 주민들과 부딪히며 살아온 시간들. 이를 통해 얻은 변화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관점이 아니라 현지의 관점에서 현장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은 나의 노력보다는 특수한 환경이 내게 준 귀한 선물과도 같아요. 또 머리로 아는 현장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습득한 현장의 문화, 방식, 언어는 누구에게 전수 해주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나만의 특별함이라고 봐요.

현장에 있으면서 보고 배운 삶의 모습을 통해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물을 절약하면서도 깨끗이 씻고 빨래하고 설거지 할 수 있는 방법, 내가 평소에 얼마나 물을 낭비하며 살았는지 알게 되면서 절약에 대한 신념이 투철해질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 보니 생활 속 많은 것이 낭비로 느껴지네요. 또 전기가 모두 나간 뒤의 밤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름달이 뜨면 세상이 얼마나 밝은지 느낄 수 있었어요.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 얼마나 귀하며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풍요롭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답니다. 마을에서 지내면서는 옆집, 앞집 이웃집, 마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지내며 혼자만 사는 삶이 아닌 함께 사는 삶의 방법과 가치를 배울 수 있었어요.

현장의 다른 환경과 다른 방식, 다른 문화는 사고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전에는 어떤 환경에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보완하고 바꿀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작은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고 그것을 점차 확장시켜 나가는 데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법도 알았어요. 경쟁과 비교를 하지 않는 네팔 사람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3년 동안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바로 행사나 축제, 모임 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라는 것이었어요. 정말 춤에는 꽝인데 사람들의 요구에 밀려 억지로 춤을 춘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늘 하기 어려운 것이었지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나 우리 센터의 아이들은 춤을 못 춰도 언제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어요. 공식 행사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 그 자체를 즐거워했어요. 또 그 어느 누구도 춤을 잘 추는 사람과 못 추는 사람을 비교하지 않아요. 잘 추든 못 추든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출 수 있고 즐길 수 있었다. 그런 모습들에서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해내는 법을 배웠지요. 3년 동안 네팔에서 경쟁에 물들고 휩쓸려 남보다 더 앞서 나가려다 그 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놓치는 일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Carpe Diem 이라는 말처럼 현재를 잡는 법을 배웠습니다.


6.     네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부탁드려요.

3년 동안 지내면서 현장에서 삶의 여러 모습을 보았고 또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습니다. 특히 센터에서 숙식하며 함께 지낸 40여명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은 일일이 다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그래서 3년의 파견 생활을 마치고 떠나 올 때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살라히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카투만두로 떠나 온 날 숙소에서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준 편지들을 몇 장 읽지도 못하고 펑펑 울고 나서는 지금까지도 편지를 꺼내 보기가 어려워요. 많이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고 더 사랑하는 마음뿐이에요.

도서관 사업과 관련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항상 도서관사업 모니터링을 나가면 머리 속에 맴도는 질문은, 책을 빌려간 사람들이 정말 책을 읽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참 원초적인 고민이죠. 도서관 주변의 마을을 돌아보면 항상 커다란 나무 밑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아저씨 또는 청년들, 논밭으로 나가 일하거나 머리에 한 가득 땔감을 이고 집으로 향하는 여성들, 방과후에 가축에게 여물을 먹이러 나온 학생들뿐입니다. 그러던 중 외부전문가에게 위탁을 하여 진행한 평가 사업 기간에 우연히 지나가게 된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은 도서관사업 중 이동도서관이 운영되는 곳이었는데요. 원래는 다른 마을을 방문하려고 이동 중이었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서 그 마을 입구를 지나가게 되었어요. 마을 앞에는 큰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그 나무 아래는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나무를 중심으로 두고 주변을 감싼 형태의 큰 원형 평상이 있는데 그곳에서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이 더위를 피해 평상에 앉아 주로 카드게임을 하시거나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런데 우연히 지나게 된 그 곳에 한 아저씨가 카드게임을 하는 무리 옆에 걸 터 앉아 책을 읽고 계시는 것이었어요. 너무 감동적이고 놀라운 광경이었어요. 어둠 속에서 오직 그 아저씨 뒤로 광채가 나는 영화 같은 장면. 아시죠?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쉽네요 잠깐 차를 세우고 창문으로 아저씨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제 운영된 이동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고 카드게임을 하느니 책을 읽는 게 좋다며 친구한테도 책을 빌려 읽을 것을 권장해 함께 읽고 있다고 하셨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평상 맞은 편 작은 가게 앞에서 다른 한 분이 책을 읽고 계시지 뭐예요.

이 이야기는 현장에 있어보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가 투입한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 작은 변화일 수 있어요. 그러나 현장에서 진정한 변화를 눈으로 목격하는 것이 얼마나 가뭄에 콩 나는 것과 같은 일인지 경험한 사람은 공감이 될 거예요. 사업을 위한 자금, 시간, 인력이 소모 된 만큼의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기대지요. 그래서 도서 대출 권수와, 도서관 방문자 수 등을 기록하고 보고하지만, 진정한 변화라고 말하기엔 기록된 수치에 불과 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모니터링 시 인터뷰를 하면서 책을 읽는 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답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각본이 짜여 있지 않은 실제 상황을 확인시켜 준 찰나와 같은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이는 제가 현장에서 어려울 때마다 끄집어내는 희망의 빛과 같은 경험이랍니다.

우리 사업에 투자 한 시간과, 자금, 인력이 이 한 사람이 책을 읽기 위해 투입되었다 할지라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 한 사람이 책을 읽으므로 가지게 될 그 인생의 변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또 이 한 사람으로 인해 마을이 변화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지요. 결국 먼 훗날 우리는 도서관사업으로 인한 변화가 우리가 기록한 많은 수치와 보고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이 한 사람으로 인해 이루어 질것임을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사업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멀리까지 바라보는 Visionary가 되어야 하며 변화를 위해서는 투입과 산출을 비교하는 마음보다 하나의 작은 것이 가지고 올 변화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지요.


7.     현장에서 있으면서 위기가 닥치거나 또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울 때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위기는 외부보다 내부에서 인해 오는 것이 많다라고 생각해요. 내부라는 것은 나 자신인데, 나 자신이 변화하면 대부분의 위기는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들이었어요. 첫 해 제가 현장의 여러 다른 방식, 문화 등을 보면서 그것이 우리의 시스템과 맞지 않으므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태도를 계속 고집했다면 나는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을거에요. 내부가 바뀌면 외부와의 대안을 찾게 되고 그 대안을 통해 외부도 바뀌게 되며 이것이 곧 Win-Win 이라고 봐요.

현장에서는 우리의 관념이나 방식과는 다른 상황을 맞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일은 많은데 업무량에 비해 현장의 처리 속도는 매우 느리게 돌아갈 때. 혼자 급하면 팀워크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현장의 처리 속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일들은 현장이 원하는 때가 되면 현장에서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물론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사업 시스템 상 매우 어렵긴 합니다.)

또 외국인으로 살면서 내가 누리는 것과 현장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을 비교해 볼 때, 내가 누리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거나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때 죄책감을 갖거나 자신을 더 혹독한 상황으로 내 모는 것은 성숙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때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을 허락해주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센터에서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되, 체력을 위해 우유를 사 마시러 밖으로 외출을 한다던가, 망고나 과일을 따로 사 먹는 것 등). 또 현장 방문 시에는 아주 친하게 지내는 현지 아주머니 댁에 가서 간식도 먹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등.

매일 아침 개인 시간을 지켰어요. 센터에서 지내면 하루 일과 중 혼자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필요해요. 일이 많을 때는 어쩔 수 없지 못하지만 보통은 아침마다 동료와 산책을 하거나 30분 이상 근력운동을 해요. 또 운동 전이나 후에 30분에서 한 시간씩 혼자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했어요. 결국 자신의 멘탈을 어떻게 유지하고 강화시키냐의 싸움인거 같아요


8.     네팔의 희망은 무엇일까요?

네팔은 자원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또 내륙국가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하여 인도나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수출입이 어려운 나라예요. 자본주의적 발상의 개발로써 경제적 발전을 이루기는 어려운 나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점이 이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방식,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역할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네팔의 희망은 곧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팔은 각기 다른 뿌리와 언어, 문화, 방식, 종교를 가진 여러 종족들이 각지에 분포되어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의 것을 존중하며 살지만 네팔이라는 국가적 개념 아래 하나로 뭉쳐진 경험은 드물지요. 이러한 특성이 네팔을 지역 또는 마을을 단위로의 발전으로 이끕니다. 따라서 마을과 지역을 위해 일하는 데 열의가 있으며 남을 위해 살 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들의 고유 문화, 방식을 사랑하고 지키면서 다른 것을 이해하고 그와 조화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지역 또는 마을 유지나 사람이 있다면, 네팔은 느리지만 강하게 변화할 것이라 기대해요.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소감 부탁드릴께요.

현장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우리의 시스템에 맞춰 넣으려면 맞지 않은 것 투성인데 맞춰 넣으려고 하니 소통과 관계도 어긋나게 됩니다. 현장의 방식과 속도에 맞추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데 정작 바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내가 겪은 현장은 내가 맞춰주면 배신하는 일은 없었어요. 현장의 판단과 방식, 속도를 존중하고 맞춰나가면 현장이 원하는 때에 현장이 스스로 해결하게 되고 그때 우리도 현장도 함께 빛을 발하게 되더라구요. 우리의 시스템이 좀 더 현장 중심으로 바뀐다면 경제적 가치(시간과 돈)는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아도 멀리 보았을 때 결국 현장과 우리가 협력하여 이뤄낸 변화가 있으리라 믿어요.관심과 사랑은 사람의 눈을 열게 하고 열린 눈으로 보면 더 잘 보이고 더 잘 보이면 더 깊이 알게 된다는 말이 있어요. 우리와 다른 현장을 관심과 사랑의 눈으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보다 젊은 나이에 현장에 파견되어 3년의 삶을 통해 여러 가지를 보고 배웠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준 서비스포피스와 끝까지 믿어주신 팀원들에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나와 함께 해주신 현지 국장님, 함께 열심히 걸어온 현지 매니저와 사서, 선생님, 주민들 그리고 파견 동료들을 향한 존경과 사랑이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1년 동안 여러 이야기를 하며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이현정 인턴, 지금도 현장에서 고생이 많을 텐데 보고 싶네요.

그 동안 배우고 습득한 것들이 내 삶의 기본과 바탕으로 충분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또 이러한 것을 가르쳐 준 네팔에 대한 감사함으로 앞으로 더욱 네팔을 사랑하는 자신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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