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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배려 이야기/활동소감

[네팔파견후기]정들었던 네팔을 떠나며


- 코이카 ODA 네팔 파견 인턴 한혜수

네팔은 갓 학교 울타리를 뛰쳐나와 가진 거라곤 열정과 패기뿐이었던 사회초년생인 내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추억과 눈물콧물 다 짜낼 정도로 힘겨웠던 시절 모두를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네팔은 내게 한국만큼이나마 소중한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이런 정든 곳을 떠나려니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꼈던 사막 같이 뜨거운 열기부터 살라히를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마셨던 거품이 듬뿍한 버팔로 우유 맛, 아직도 아이들의 온기가 남아있고 귓가엔 씨스터소리가 맴도는데,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눈물을 머금고 카트만두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고등학교 시절, 겨울방학 때 2주간 필리핀 최고의 관광지 세부 옆 한 작은 섬에서 단기봉사를 하였는데 옆마을 세부와는 너무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사회불평등에 관심을 갖게 되어 줄곧 개발도상국에서 개발협력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왔다. 개발의 핵심은 교육이라는 개인적인 견해와 서비스포피스재단의 드림캐처도서관프로젝트의 미션이 잘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코이카 ODA 파견인턴으로 지원하여 네팔 현지에 파견되어 도서관 건축/운영 모니터링, 교육 프로그램 계발, 사서/교사 트레이닝 및 SNS 홍보업무를 맡아왔다.

 청소년기부터 외국에서 혼자 독립해 살아왔고 밝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에 타지생활과 생활의 불편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일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물, 화장실, 전기 없이 생활했던 단기봉사 때는 모든 것이 재밌었지만, 생활을 하려다보니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펌프에서 물을 길러다 쓰니 등이 아파 샤워 하기가 싫어졌고 손빨래도 한두번이지 매번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반짝 전기 들어올 시간을 기다려 선풍기 앞에 앉아 더워 지친 몸을 쉬어보려 해도 더운 바람만 불어 도움도 안되었고, 여기가 곤충집인지 사람집인지 분관이 안될 정도로 벌레들이 많아 내 몸을 사방으로 뜯겨가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또한 주변인들은 다 잘아는 내 올빼미 습관은 네팔에서 먹히지 않았다. 새벽 6시가 되면 상점이 문을 여는 이들의 부지런함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고,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생활습관 때문에 네팔사람들에게 아침잠이 많다며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어 속이 상한 적도 있다. 건강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 네팔 병원/약국에 대해선 책을 펴도 될 정도로 약을 달고 살았고 각종 피부병에 시달리다 결국 종기 수술까지 받았다. 


몸이 피로하니 업무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웃음을 잃어갔다. 그때마다 날 잡아준 것은 다름아닌 동료들과 아동센터 아이들이었다. 선배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동료들은 투정부리는 날 받아주고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고, 아이들은 날마다 내게 안기며 재롱을 부렸다. 이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재개할 수 있었다. 내 소중한 젊은 시절을 낯선 땅에 와서 보내게 된 이유와 목적을 되새기며 나와 교류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겠다며 다시 일어섰고, 여태까지는 몸이 마음을 괴롭혔다면, 이젠 마음이 몸을 일으켰다.

현지 주민들과 자주 교류하며 그들 생활방식에 익숙해지고, 어느새부터 현지옷을 사입고 네팔말을 하며 제법 네팔인 시늉을 했다. 천방지축인 아이들 때문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도 마음만큼은 행복에 겨웠다. 아이들은 내가 해주는 이야기 하나도 귀담아듣고 재밌어했다. 부족할 것 하나 없던 풍족했던 내 어린 시절과는 정반대로 부모를 잃은 채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을 아이들이지만 이제는 모두 꿈을 갖고 오늘을 열심히, 재밌게 산다. 튼튼한 탁구대가 없다면 나무 판자기와 벽돌로 간이탁구대를 만들어 탁구를 치고, 과자봉지 대신 사탕수수를 까먹는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총명한 아이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예쁘게 자라줬으면 한다.

도서관 또한 이번 해 새롭게 4곳이나 개관을 하였다. 사람들은 형편이 어려워 교육에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뜻 보기에는 교육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잘 들여보면 그 안에 대치동 엄마들보다도 더 교육열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배워야만 산다는 믿음 하나로 이제 막 문자 배우기 시작한 늦깎이학생 여성문해교실 학생들과 카스트제도에 끼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포함해 다양한 책을 접하고 공부를 계속해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들이 계속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하도록 우리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비록 돌아가지만 서비스포피스재단의 드림캐처 개발사업은 계속 운영될 것이고, 꿈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노력 또한 계속될 것이다.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친절과 사랑을 베풀어주었던 이들과의 헤어짐이 많이 아쉽지만 좀더 전문적으로 배워서 이들에게, 또 이들과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는 다른 이들에게 더욱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기에 잠시 네팔생활을 접으려 한다. 2013년 새해 첫날 푼힐에서 거대하고 웅장한 안나푸르나 산맥 위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굳게 다짐했던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돌아와 이들이 내게 베푼 만큼 나 또한 무한 베푸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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